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사람들은 자신의 소프트웨어가 더 많은 사용자가 사용하길 원할 것이다. 이럴 때 세계화는 필수 프로세스로 생각이 들지만, 주위에서 세계화를 시도해 본 개발자도 그리 많지 않고, 제대로 된 프로세스를 경험한 개발자는 극히 소수인 것 같다. 이 책은 세계화 프로젝트를 마이크로소프트에서 10년 이상 경험한 저자가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펼쳐놓은 책이다.
소프트웨어에 국적은 없다. 세계를 누비는 소프트웨어, 어떻게 기획하고 만들 것인가?
책 소개 페이지의 처음 두 문장이다. 책의 핵심 내용은 세계화, 국제화, 현지화의 개념 정립과 각 단계별 워크플로우 및 관련 기술 및 도구의 소개이다.
세계화, 국제화, 현지화는 각각 globalization, internationalization, localization을 한국어로 옮긴 것이다. 제품을 세계화하는 것은 제품을 국제화하고 현지화하는 것을 포함하고, 국제화는 여러 지역과 언어권에서 제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기능을 구현하는 것이고, 현지화는 UI나 다양한 리소스를 현지에 맞게 바꿔주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2014년 Common Sense Advisory의 10개국(주로 비영어권) 3,00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75%가 모국어로 된 사이트에서 제품을 구매하길 원하며, 30%는 영어 사이트에서 물건을 절대 구매하지 않고, 30%는 거의 구매하지 않는다고 한다. 60%의 사용자가 영어 사이트에 알레르기를 일으키고 있다. 현지 언어 UI에 대해서는 70% 이상이 동의하거나 강하게 동의하고 있고, 특히 일본, 중국, 러시아는 90% 이상이 원하고 있다. 세계화는 중요한 일임이 틀림없다!
세계화의 범위가 매우 넓고, 전략적이고 추상적인 개념이 많아 2장까지는 조금 지루한 느낌이 있다. 김 개발 나 팀장의 일화를 이 부분에서 더 자세하고 박진감 있게 펼쳤으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을 거라는 주제넘은 생각을 해보았다.(박 전문도 가끔 나와서 전문적인 조언을 해주고..)
3장 유니코드 부분에서 자세한 설명이 들어가면서 조금씩 흥미로워지고, 뒤로 갈수록 구체적인 내용이 나와 한 번에 죽 읽을 수 있었다.
군데군데 에어비엔비, 트위터,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의 사례도 언급되고 있고, 페이스북이 좋아요 버튼에 엄지손가락이 사라지게 된 이유도 설명하고 있다.(아랍권에서는 경멸의 뜻이란다)
ICU, 수도 문자열에 대한 것은 매우 유용했으며, 현지화 시스템과 번역 메모리 소개도 유익했다. 책에서 소개된 표준, 라이브러리, 팁, 툴을 모르고서는 세계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 불가능해 보인다. 다만 번역에 필요한 업체와 소프트웨어 툴에 대한 설명이 자세하지 않은 것이 아쉬웠다.
단축키(shortcut)와 가속키(accelerator) 용어는 알고 있던 것과 달랐다. 물론 영어 용어를 그대로 옮기면 책의 용어가 맞겠지만 나라면 메뉴키와 단축키로 번역하고 싶다.
유용한 참고 링크를 본문 중에 숏링크로 제공하고 있어 추가 정보를 습득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마지막 국제화 및 현지화 실습은 개발자에게 직접 도움이 되는 코드 실습을 실려 있다. 직접 해보진 못했다.
국내에서 세계화라는 것을 그렇게 쉽게 경험할 수 없으므로, 각 단계마다 규모나 예산에 맞게 추천하는 실제 모델이 있었으면… 아니면 스타트업만의 케이스라도 구체적인 도구와 효율적인 비용을 대강이라도 명시했으면 더욱 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다.
다 읽고 난 소감은 한마디로 “소프트웨어에 국적은 있다.”이다. 말장난 같아서 죄송;; 까다로워진 각 나라의 소비자에게 어필하기 위해서는 본격적인 세계화는 그렇게 만만한 작업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 소프트웨어 세계화 연구원
소프트웨어 세계화로 검색해보니 한국소프트웨어세계화연구원이란 곳이 있다. 2015년 재무제표를 보니 기존에 연간 100억 이상 유입되던 자금도 끊겼고, 자본 잠식도 거의 다 된 상태이다. 물론 이 책에서 말하는 세계화와는 다르게 해외진출 소프트웨어 기업을 지원하는 것이 주요 사업으로 보인다. 적어도 이 책이 주는 정보가 이 기관의 역할보다 클 것으로 생각된다.
이 기관을 언급하는 이유는 책을 읽으면서 되도록 검색을 곁들이는 편인데, 이 기관의 사이트를 전부 뒤져봐도 세계화는커녕 도움이 될만한 정보는 하나도 없기에 다른 분들도 시간 낭비하지 마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언급한다. 예산이 어디서 유입되는지 정확히 모르기 때문에 세금 낭비는 잘 모르겠다.
저자 직접 강연
마지막으로 출간 기념으로 저자가 직접 강연한 것이 있어 링크한다.
독서 계기
한빛미디어에서 독자 리뷰 이벤트를 하기에 관심있던 세계화에 대한 도서가 포함되어 있어 신청했더니 덜컥 당첨되었다. 책을 받고 3주 이내에 리뷰를 올려달라고 했는데 다른 일로 까맣게 잊고 있어서 한 달도 넘었다는 것을 재촉 메일을 받고 알았다. 부랴부랴 읽고 올렸다. 늦어서 죄송합니다~